"붕세권은 옛말"... 프랜차이즈가 점령한 겨울 간식 전쟁
박세현 기자
shpark@fransight.kr | 2025-11-26 11:05:25
"추억보다 편리함" 배달앱으로 즐기는 MZ세대의 새로운 겨울 풍경
[프랜사이트 = 박세현 기자]
서울 아침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며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됐지만, 거리 풍경은 예년과 사뭇 다르다. 골목마다 김이 모락모락 나던 붕어빵 트럭을 찾기 어렵고, 그 자리를 프랜차이즈 카페와 베이커리가 빠르게 채우고 있다.
'붕세권(붕어빵+역세권)'을 찾아 현금을 쥐고 헤매던 시대는 저물고, 따뜻한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카드로 결제하는 '프세권(프랜차이즈+역세권)' 시대가 열렸다. 커피 한 잔과 함께 붕어빵을 주문하고, 심지어 배달앱으로 집까지 받아보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가 2025년 겨울 간식 시장을 완전히 재편하고 있다.
노점상 실종... 원가 상승에 단속까지 겹쳐
과거 겨울철이면 어디서나 볼 수 있었던 붕어빵·호떡 노점이 급격히 줄어든 이유는 명확하다. 밀가루, 설탕, 식용유, 팥 등 핵심 원재료 가격이 매년 치솟으면서 '천 원에 3개'는 이미 옛말이 됐다. 마진이 남지 않자 장사를 접는 노점상이 속출했다.
여기에 지자체의 불법 노점 단속 강화가 결정타를 날렸다. 도로 점유와 위생 문제로 인한 단속이 강화되면서 운영 자체가 어려워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현금 없는 사회'로의 전환도 노점 감소를 가속화했다. 현금을 들고 다니지 않는 MZ세대에게 계좌이체나 현금만 받는 노점은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프랜차이즈의 역습... "위생·편의·다양성으로 승부"
이 공백을 프랜차이즈 업계가 정확히 포착했다. 이디야커피, 메가MGC커피, 컴포즈커피 등 커피 전문점은 물론 설빙, 파리바게뜨 같은 디저트·베이커리 브랜드까지 겨울 시즌 메뉴로 붕어빵, 호떡, 군고구마를 잇달아 출시했다.
소비자 반응은 뜨겁다. 위생 관리가 철저한 실내 매장에서 조리된 간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미세먼지와 도로 매연에 노출된 길거리 음식에 대한 우려가 커진 탓이다.
메뉴의 다양화도 경쟁력이다. 전통적인 팥, 슈크림을 넘어 콘치즈, 피자, 고구마, 흑임자, 초콜릿 등 다양한 속재료가 등장했다. 크기도 한입 크기 미니 사이즈로 출시돼 커피와 곁들이기 좋은 '핑거 푸드'로 진화했다.
한 30대 직장인은 "예전엔 붕어빵 먹으려고 노점 찾아다녔는데, 이제는 카페에서 주문하면 깨끗하고 종류도 다양해서 오히려 편하다"며 "포인트 적립도 되고 카드 결제도 되니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객단가 상승의 '효자 메뉴'... 배달 시장까지 접수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주에게도 겨울 간식은 구세주나 다름없다. 통상 겨울은 아이스 음료 판매가 줄어 카페 업계의 비수기로 꼽힌다. 하지만 2000~4000원대 디저트가 음료와 함께 주문되면서 객단가(고객 1인당 평균 결제금액)가 자연스럽게 상승한다.
실제로 한 커피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는 "붕어빵 메뉴 도입 후 겨울철 매출이 전년 대비 15% 이상 증가했다"며 "특히 오후 시간대에 커피와 함께 주문하는 비율이 70%를 넘는다"고 전했다.
전쟁터는 오프라인에 그치지 않는다. 배달 플랫폼에서도 겨울 간식 주문이 급증하고 있다. 추운 날씨에 외출하지 않고 집이나 사무실에서 간식을 즐기려는 수요가 늘면서다. 주요 배달앱 데이터에 따르면, 11월 이후 카페 카테고리 내 붕어빵·호떡 검색량과 주문량이 전월 대비 200% 이상 급증했다.
"시즌 메뉴 아닌 필수 전략"... 구조적 변화 시작됐다
업계는 이번 현상을 일시적 유행이 아닌 구조적 변화로 분석한다.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길거리 간식의 실종은 예견된 수순"이라며 "소비자들은 이제 '추억'보다는 '편리함'과 '안전함'을 구매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프랜차이즈의 겨울 간식 출시는 단순한 시즌 마케팅을 넘어 연말 매출을 견인하는 필수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며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5년 겨울, 프랜차이즈 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간식 전쟁을 치르고 있다. 소비자에게는 쾌적한 '프세권'의 편리함을, 가맹점주에게는 비수기 매출 상승의 기회를 제공하며 겨울 디저트 시장의 판도가 완전히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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