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해피엔딩'.. 토니상 6관왕

우승련 기자

srwoo@fransight.kr | 2025-12-05 15:00:56

10년 여정이 증명한 '작은 시작의 힘’
"나는 이제 쓸모없는가?"…
두산 아트센터 포스터 편집본 ©프랜사이트

[프랜사이트 = 우승련 기자]

2016년 대학로 작은 극장에서 첫선을 보인 한국 창작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지난해 브로드웨이 무대를 접수하며 올해 6월 토니어워즈 6개 부문을 석권했다. 한국 창작뮤지컬 사상 최초다. 현재 국내에서는 10주년 기념 공연이 두산아트센터에서 2026년 1월까지 진행 중이며, 70회 이상 전회 매진에 가까운 흥행을 기록하고 있다. 

작품상, 극본상, 작곡·작사상 등 주요 부문을 휩쓴 이 작품의 성공은 단순한 공연계 뉴스를 넘어, 경쟁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국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뜻깊은 메시지를 전한다. 

2024년 기준 국내 뮤지컬 시장 규모는 약 4650억 원, 관객 수는 780만 명에 달한다. 전체 공연 시장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장르지만, 그간 외국 라이선스 대작에 의존하는 구조적 한계가 뚜렷했다. 고가 티켓과 관객 피로도가 누적되고, 중소극장은 설 자리를 잃어가던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을 뒤집은 것이 바로 〈어쩌면 해피엔딩〉이다. 가까운 미래 서울을 배경으로, 구형 헬퍼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버려진 존재로서 느끼는 외로움과 사랑, 기억의 의미를 그린 이 작품은 화려한 스펙터클 대신 진솔한 감정과 스토리로 승부했다. 

그 결과는 브로드웨이 최고 권위의 토니어워즈 10개 부문 노미네이트, 6개 부문 수상이라는 역사적 성과로 이어졌다.

‘우린 왜 사랑했을까’, ‘그냥 스쳐가지 않고 서로를 바라봤을까’, ‘그저 지금에 집중해’, ’고맙다 올리버’, ‘끝까지 끝은 아니야’, ‘안녕, 클레어’, ‘안녕, 올리버’, ‘내 문을 두드려줘서 고마웠어’, ‘내게 주어진 그만큼 사랑할게 나 멈출 그때까지만’, ‘화분은 햇볕아래 너무 오래 두지마’, ‘괜찮을까요? 어쩌면요’... 주옥같은 대화 노래가사 말들이 관중을 몰입시켰다.

소상공인 전문가들은 이 작품의 여정에 주목한다. 작은 극장에서 시작해 탄탄한 팬덤을 형성하고, 해외로 확장한 뒤 10주년 기념 공연으로 귀환하는 이 구조가 성공적인 동네 가게나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성장 경로와 정확히 일치하기 때문이다.

처음엔 골목의 작은 카페나 식당으로 시작하지만, 진정성 있는 콘셉트와 고객과의 관계를 꾸준히 쌓으면 지역을 넘어 전국구 브랜드, 나아가 해외 수출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다. 

실제로 이 작품은 2025년 10월부터 서울 연강홀에서 10주년 기념 공연을 펼치며, 세계 무대를 경험한 후 고향으로 돌아오는 상징적인 순환 구조를 완성중이다.

"나는 이제 쓸모없는 존재인가?"

작품이 던지는 질문은 뼈아프다. "나는 이제 쓸모없는 존재인가?" "나를 기억해줄 사람은 있는가?" 구형 헬퍼봇이 겪는 이 감정은 매출 감소와 경쟁 심화, 임대료 부담 속에서 "내 가게는 이제 끝난 건가"라고 자문하는 소상공인들의 현실과 겹친다.

하지만 작품은 말한다. "낡았다는 이유로, 한 번 실패했다는 이유로 당신의 존재 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는 폐업과 재창업을 고민하는 자영업자들에게 정서적 회복과 재도전의 용기를 주는 메시지다.

매장을 '동네의 작은 무대'로

〈어쩌면 해피엔딩〉의 성공은 창작 IP의 다양한 확장 가능성도 보여준다. OST와 굿즈, 디지털 콘텐츠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이를 브랜드 전략에 응용할 수 있다. 창업 스토리와 고객 에피소드를 꾸준히 기록하면 5주년, 10주년 때 강력한 브랜딩 자산이 되고, 뮤지컬·공연 등과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신규 고객 유입도 기대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매장을 단순한 판매 공간이 아닌 동네의 '작은 소극장' 같은 커뮤니티 허브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지금은 골목의 작은 가게일지라도, 진정성과 스토리, 인간적 연결이 있다면 언젠가 여러분의 비즈니스도 '어쩌면 해피엔딩'이 될 수 있다. 

〈어쩌면 해피엔딩〉이 증명한 것은 크기가 아니라 깊이, 화려함이 아니라 진심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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