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부진 점포엔 '심폐소생' 프로젝트…"상생이 곧 생존 전략"
고금리와 경기 침체라는 긴 터널을 지나온 대한민국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상생'이 최고의 경영 전략으로 떠올랐다.
과거 본사의 이익만을 추구하며 가맹점에게 비용을 전가하던 '갑질' 논란은 이제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 브랜드의 생존이 가맹점의 생존과 직결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실질적인 지원책을 통해 점주와 동반 성장을 꾀하는 이른바 '착한 프랜차이즈'들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관련 협회가 선정하는 '2025년 착한 프랜차이즈' 명단에 이름을 올린 브랜드들은 단순히 "착하다"는 이미지를 넘어, 시스템적으로 가맹점의 수익성을 보장하고 부담을 덜어주는 구체적인 '상생 매뉴얼'을 갖추고 있다는 공통점이 발견된다.
광고비 100% 부담·로열티 면제까지
착한 프랜차이즈 선정의 가장 결정적인 기준은 단연 '금전적 지원'이다. 2025년 선정된 브랜드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가맹점이 짊어져야 할 비용을 본사가 획기적으로 낮춰준 사례가 두드러진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광고·홍보비 분담이다. 현행 가맹사업법상 광고비 집행 내역을 통보하게 되어 있지만, 우수 브랜드들은 법적 의무를 넘어선 지원을 보여줬다.
TV CF나 디지털 마케팅 비용을 본사가 100% 전액 부담하거나, 최소 7대 3 비율(본사 7)로 분담하여 점주의 지출을 최소화했다. 이는 매출 증대를 위한 마케팅 활동이 점주의 주머니를 털어서가 아니라, 본사의 투자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경영 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또한 본사가 가맹점에 공급하는 식자재나 포장재 등의 유통 마진을 최소화하거나, 아예 '노 마진(No-margin)' 정책을 선언하여 원가율을 낮춰준 사례가 늘었다. 이는 고물가 시대에 식재료비 상승으로 고통받는 점주들에게 영업이익을 보전해 주는 가장 실질적인 대책으로 평가받는다.
심지어 특정 기간 동안 로열티를 면제해 주거나, 매출 부진 점포에 임대료를 일부 지원하는 파격적인 상생안을 내놓은 곳도 있다.
"소통 없으면 미래도 없다"…수평적 협의체 가동
2025년 착한 프랜차이즈의 또 다른 특징은 '소통 채널의 제도화'다. 과거 본사의 일방적인 지시 하달 방식에서 벗어나, 가맹점주협의회와 정기적인 간담회를 갖고 주요 경영 현안을 논의하는 수평적 문화가 정착됐다.
특히 신메뉴 출시나 프로모션 진행 시, 기획 단계에서부터 점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프로세스가 돋보인다. 현장에서 고객을 직접 대면하는 점주들의 목소리가 반영된 메뉴는 실패 확률이 낮고, 프로모션 역시 현장 적용성이 높아 매출 견인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일부 브랜드는 '가맹점 옴부즈만' 제도를 도입하여 본사 슈퍼바이저(SV)의 활동을 모니터링하고, 점주의 고충을 경영진에게 직통으로 전달하는 핫라인을 개설하기도 했다. 이는 갈등의 불씨를 조기에 발견하고 해결함으로써 본사와 가맹점 간의 신뢰 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폐점 유도 대신 '심폐소생 프로젝트'
가맹점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본사가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도 중요한 평가 요소다. 착한 프랜차이즈들은 매출 하락세를 겪는 가맹점을 방치하거나 폐점을 유도하는 대신, 적극적인 '심폐소생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본사의 베테랑 슈퍼바이저와 조리 교육팀을 파견하여 상권 분석부터 QSC(품질·서비스·위생) 재교육, 마케팅 솔루션 제공까지 집중적인 케어를 진행한다. 단순히 "열심히 하라"는 독려가 아니라, 데이터에 기반하여 문제점을 진단하고 맞춤형 처방을 내리는 방식이다.
또한 노후화된 매장의 인테리어 리뉴얼 비용을 본사가 무이자로 대출해 주거나 직접 지원하는 환경 개선 사업도 활발하다. 쾌적한 매장 환경은 고객 유입을 늘리고, 이는 다시 매출 상승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때문이다.
소비자도 '착한 소비'로 화답…"돈쭐 내준다"
이러한 상생 경영은 본사의 자선 활동이 아니다. 철저하게 계산된 '생존 전략'이자 '브랜드 경쟁력'이다.
2025년의 소비자들은 기업의 윤리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소비' 성향이 뚜렷하다. 가맹점주를 파트너로 대우하는 브랜드에는 '돈쭐(돈으로 혼쭐낸다)'을 내주며 구매로 응원하지만, 갑질 기업에는 가차 없는 불매 운동으로 대응한다.
결국 착한 프랜차이즈로 선정된다는 것은 브랜드 평판이 높아지고, 이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 가맹점 매출이 오르며, 다시 예비 창업자들의 유입으로 이어지는 '성공 방정식'을 완성했음을 의미한다.
"상생 브랜드만 살아남는다"
업계 전문가들은 "2026년 프랜차이즈 시장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가맹점주를 단순한 수익원이 아닌 사업의 동반자로 인식하고 시스템적으로 뒷받침하는 브랜드만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는 격언이 2025년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증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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