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아닌 음식을 팔아라"…프랜차이즈, 매장 밖 매출로 승부수
[프랜사이트 = 박세현 기자]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12월 연말 시즌. 하지만 외식업계의 풍경이 예년과 사뭇 다르다. 레스토랑 예약 전쟁 대신, 집과 사무실로 음식을 배달하는 '홈파티 전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홀 예약 대신 택배 상자가 온다
지속되는 고물가가 송년회 문화를 바꿔놓았다. 4인 가족이 외식을 하면 수십만 원이 훌쩍 넘는 시대. 소비자들은 식당 대신 집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자리 잡은 소규모·프라이빗 모임 문화도 한몫했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번잡한 술집보다 취향에 맞는 음식과 음료를 준비해 편안하게 즐기는 홈파티가 하나의 여가 문화로 완전히 정착했다.
찌개에서 랍스터까지…밀키트의 화려한 변신
이에 프랜차이즈 업계는 레스토랑 간편식(RMR)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과거 찌개나 볶음밥 위주였던 간편식이 이제는 스테이크, 랍스터, 양갈비, 감바스 등 고급 파티 메뉴로 진화했다.
유명 패밀리 레스토랑과 양식 프랜차이즈들은 매장에서 사용하는 식재료와 레시피를 그대로 담은 밀키트를 출시하고 있다. 에어프라이어나 전자레인지만으로도 셰프의 플레이팅이 완성되도록 전용 용기와 가니쉬까지 세트로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티본스테이크, 토마호크 등 손질이 어려운 특수 부위는 시즈닝까지 완료해 판매하고, 파스타와 리조또를 와인과 페어링한 패키지도 인기다. "요리는 귀찮지만 분위기는 내고 싶다"는 소비자 심리를 정확히 겨냥한 전략이다.
"펼치면 뷔페"…파티팩 예약 폭주
조리 과정마저 생략하고 싶은 소비자를 위해 완성된 음식을 담은 파티팩과 케이터링 서비스도 인기몰이 중이다. 치킨·피자는 물론 한식·분식 브랜드까지 연말 특수를 노린 대용량 세트를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메인 요리부터 사이드 메뉴, 디저트까지 한 박스에 담은 올인원 패키지가 주력 상품으로 떠올랐다.
기업 문화 변화도 케이터링 시장 확대를 부채질하고 있다. 저녁 늦게까지 이어지던 회식 대신, 점심시간이나 근무 시간 내 사무실에서 간단히 음식을 나눠 먹는 '런치 송년회'와 '오피스 파티'가 늘어난 것이다. 도시락 프랜차이즈와 샐러드 전문점들은 핑거푸드, 샌드위치, 과일로 구성된 기업용 케이터링 상품 예약을 서두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11월 말 현재 주요 브랜드의 12월 케이터링 예약률은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늘었다.
좌석 수의 한계를 넘어서는 법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주에게 이런 '탈(脫) 매장' 전략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12월 성수기라 해도 매장 좌석 수는 한정돼 있다. 테이블 회전율을 아무리 높여도 올릴 수 있는 매출에는 물리적 한계가 존재한다. 반면 밀키트와 파티팩은 공간의 제약이 없다. 한가한 시간대에 미리 식재료를 손질하고 조리해 주방 가동률을 높일 수 있고, 홀 서빙 인력도 추가로 필요 없어 인건비 효율성도 높다.
홀 영업으로 기본 매출을 확보하고, 홈파티 상품 판매로 추가 매출을 올리는 '투 트랙' 전략이 2025년 연말 장사의 핵심 성공 공식이 된 셈이다.
2026년으로 이어질 새로운 흐름
업계는 이런 흐름이 12월에 그치지 않고 2026년 설 연휴와 각종 기념일로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이제 식당은 단순히 와서 먹는 공간을 넘어,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콘텐츠를 제공하는 식음료 콘텐츠 생산 기지로 변모하고 있다"며 "홈파티 문화 정착과 함께 매장 밖 매출 확보가 내년 프랜차이즈 성장의 척도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2025년 겨울, 외식업계의 전쟁터는 더 이상 거리의 식당가가 아니다. 각 가정의 식탁을 점령하기 위한 프랜차이즈들의 '맛있는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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