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빙 넘어 조리까지... 2026년 '테크 레디' 매장이 외식업 표준 된다
[프랜사이트 = 박세현 기자]
외식업계의 화두는 단연 '생존을 위한 자동화'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 결정과 만성적인 구인난이 프랜차이즈 산업의 지형도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홀을 누비던 '서빙 로봇'이 1세대 푸드테크였다면, 이제는 뜨거운 불 앞에서 튀기고 볶는 '조리 로봇'이 주방을 점령하는 2세대 푸드테크 시대가 본격 개막했다.
업계 통계에 따르면, 2025년 하반기 기준 조리 로봇을 도입한 국내 외식 매장 수는 전년 동기 대비 약 30% 급증했다. 이는 자동화가 단순한 마케팅 수단을 넘어 매장 운영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170도 기름 앞에서 일할 사람이 없다... 로봇이 대신한다
조리 로봇 도입이 가장 활발한 분야는 치킨, 피자, 중식 등 조리 과정이 고되고 위험한 업종이다. 특히 170도가 넘는 기름 앞에서 하루 종일 닭을 튀겨야 하는 치킨 프랜차이즈의 경우, 조리 로봇 도입 속도가 가장 빠르다.
로봇 팔이 튀김망을 흔들며 기름을 털어내고, 정확한 시간에 맞춰 조리를 끝내는 모습은 이제 낯선 풍경이 아니다. 경기도 소재 한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는 "사람을 구하기도 어렵지만, 구해도 이틀 만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다"며 "로봇 도입 후 주방 인력 걱정이 확 줄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의 핵심 동력은 '인력난 해소'다. 튀김이나 웍질(Wok) 등 육체적 강도가 높고 화상 위험이 있는 주방 업무는 구직자들이 가장 기피하는 영역이다. 사람을 구하기도 힘들뿐더러 채용하더라도 이직률이 높아 숙련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이 점주들의 오랜 고민이었다. 조리 로봇은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기피 업무를 전담하며 인력 공백을 메우는 확실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인건비 300만원 vs 렌탈료 100만원"... 경제성 입증됐다
과거 수천만 원을 호가하던 로봇 가격이 기술의 보편화와 렌탈 시스템 정착으로 낮아진 점도 보급 확산의 기폭제가 됐다. 2025년 현재 주요 조리 로봇의 월 렌탈료는 평균 100만 원 안팎으로 형성돼 있다. 이는 주방 인력 1명을 고용했을 때 발생하는 비용(월급, 4대 보험, 퇴직금, 주휴수당 등)이 월 300만 원을 넘는 현실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경제성을 갖는다. 로봇 한 대가 사람 0.5~1인분의 몫을 해낸다고 가정할 때, 도입 즉시 고정비 절감 효과가 나타나는 셈이다.
한 창업 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초기 설치 비용 부담이 있지만, 6개월~1년이면 손익분기점을 넘긴다"며 "장기 운영 관점에서 로봇 도입이 수익성 방어에 훨씬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사람보다 정확한 '맛의 표준화'... 브랜드 신뢰도 UP
인건비 절감만큼이나 중요한 도입 이유는 '품질 유지'다. 프랜차이즈 사업의 핵심은 어느 지점을 가더라도 동일한 맛을 내는 '표준화'에 있다. 사람이 조리할 경우 컨디션이나 숙련도에 따라 맛의 편차가 발생할 수 있지만, 로봇은 입력된 레시피 데이터에 따라 오차 없이 조리를 수행한다.
최근 도입되는 조리 로봇은 센서를 통해 기름 온도를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재료 양을 정밀하게 계량해 조리한다. 이는 고객에게 균일한 품질의 음식을 제공함으로써 브랜드 신뢰도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진다.
면 요리 전문점의 면 삶기 로봇이나 바리스타 로봇이 제조하는 커피가 호평받는 이유도 바로 이 정교함에 있다. 한 면 전문점 체인 관계자는 "로봇 도입 후 고객 클레임이 40% 이상 줄었다"며 "면 익힘 정도가 항상 일정해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전했다.
2026년엔 '테크 레디' 매장이 표준... 초보도 창업 가능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프랜차이즈 본사들의 가맹 전략도 변화하고 있다. 신규 브랜드를 런칭할 때부터 주방 동선을 로봇 친화적으로 설계하거나, 자동화 기기 도입을 가맹 조건의 기본 옵션으로 내세우는 사례가 늘고 있다.
초보 창업자 입장에서도 특별한 조리 기술 없이 매장을 운영할 수 있어 진입 장벽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한 예비 창업자는 "요리 경험이 전혀 없어도 로봇만 있으면 매장을 돌릴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라며 "프랜차이즈 선택 시 자동화 수준을 가장 중요하게 본다"고 말했다.
물론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있다. 기기 고장 시 즉각 대응 시스템 구축, 좁은 주방 공간에서의 공간 효율성 문제, 그리고 정기적인 유지보수 비용 등이다. 그러나 기술 발전 속도를 감안할 때 이러한 제약 요소들은 빠르게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로봇과 사람의 협업이 외식업 뉴노멀"
결국 2025년의 '푸드테크 가속화' 현상은 일시적 유행이 아닌, 인구 구조 변화와 고비용 경제 구조 속에서 외식업계가 찾아낸 필연적 진화 과정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2026년에는 서빙과 조리를 넘어 재고 관리, 청소까지 매장 운영의 전 과정에서 로봇과 사람이 협업하는 '하이브리드 매장'이 외식업의 새로운 표준(New Normal)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자동화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사람은 고객 응대와 같은 감성적 영역에 집중하고, 반복적이고 위험한 업무는 로봇이 맡는 역할 분담이 정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식업의 미래는 이미 시작됐다. 로봇과 함께 일하는 주방, 그것이 2026년 프랜차이즈의 새로운 풍경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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