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2025 대한민국 프랜차이즈 산업을 뒤흔든 10대 뉴스 제 5부
특별취재팀
yheo@fransight.kr | 2025-12-30 06:53:05
티메프 사태·제로 슈거 열풍·더본코리아 IPO 8~10위 분석
새로운 가치·평가 기준 등장… 2025년 '뉴 노멀' 시대 열렸다
[프랜사이트 = 특별취재팀 박세현·허양 기자]
2025년 프랜차이즈 10대 뉴스의 마지막 3개 이슈는 산업의 새로운 가치와 평가 기준을 제시한다. 위기 속 상생 리더십, 건강 중심 소비 트렌드, 자본 시장의 냉정한 평가까지, 이들이 던진 메시지를 분석하고 올해의 의미를 정리한다.
8위: 본죽의 23억 원 결단, 상생 새 기준 제시
올해 티몬·위메프의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는 수많은 자영업자들을 유동성 위기로 내몰았다. 이 혼란 속에서 본죽&비빔밥 본사의 결단은 단순한 미담을 넘어, 위기 상황에서 가맹본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상생의 모범 사례로 빛났다.
사태의 본질은 고객이 모바일 상품권으로 결제한 대금을 가맹점주들이 플랫폼으로부터 정산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현금 흐름이 막힌 점주들은 당장 식자재 대금을 결제하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이때 본죽&비빔밥 본사(본아이에프)는 미정산금 23억 원 전액을 본사가 먼저 부담하여 점주들에게 지급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법적 책임은 플랫폼에 있지만, 브랜드의 이름 아래 고통받는 점주들의 리스크를 분담하겠다는 결단이었다.
이 결정은 산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서울시는 이러한 상생 노력을 높이 평가하여 '서울형 상생 프랜차이즈' 1호로 본죽&비빔밥을 선정했다. 이는 ESG 경영이 단순한 구호를 넘어 실질적인 브랜드 가치와 직결되는 리스크 관리 전략임을 증명한 상징적 사건이다.
단기적으로는 23억 원의 비용이 발생했지만, 장기적으로는 가맹점주들의 무한한 충성도를 얻고 소비자들에게는 '착한 기업'이라는 신뢰를 각인시키는 최고의 마케팅 효과를 거뒀다. 이 사례는 이제 '상생'이 브랜드의 핵심 자산이자 경쟁력임을 분명히 보여줬다.
9위: 제로 슈거 열풍, 외식업 새 표준 됐다
2025년 대한민국 음료·디저트 시장은 '제로(Zero)' 제품이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할 정도로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트렌드가 시장을 완전히 점령했다. 즐겁게 건강을 관리하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프랜차이즈 메뉴 개발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이러한 트렌드는 구체적인 데이터로 증명된다. 글로벌 대체 감미료 시장은 올해 206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고, 코카콜라 제로 슈거 제품의 매출이 14%나 성장하는 등 '제로'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국내 프랜차이즈 브랜드들도 이러한 흐름에 발 빠르게 대응했다. 설탕 대신 스테비아, 알룰로스, 에리스리톨 등 대체 감미료를 활용한 신메뉴 개발에 총력을 기울였고, '제로 칼로리', '제로 슈거'를 내세운 제품들이 각 브랜드의 매출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으로 부상했다.
이는 소비자들이 더 이상 '맛'이라는 단일 기준으로 제품을 선택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이제 소비자들은 맛은 기본이고, 칼로리와 당 함량까지 꼼꼼히 따지는 '가치 소비'로 전환했다.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이러한 똑똑해진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메뉴를 끊임없이 고도화해야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게 됐다. 올해 '제로 슈거' 열풍은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외식 산업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았음을 선언한 사건이다.
10위: 더본코리아 상장, 자본시장의 냉정한 평가
백종원 대표라는 대한민국 외식업계 최고의 IP(지식재산권)를 앞세운 더본코리아의 기업공개(IPO)는 올해 자본 시장의 최대 관심사였다. 하지만 상장 직후 시장의 평가는 예상보다 냉정했고, 이 사례는 프랜차이즈 기업의 증시 안착이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지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상장 직후 더본코리아의 주가가 하락세를 보인 원인은 복합적이었다. 상장 후 일정 기간 주식을 팔 수 없었던 기존 투자자들의 물량이 시장에 풀릴 수 있다는 '보호예수 해제에 따른 오버행 이슈'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혔다. 여기에 일부 가맹점주와의 분쟁, 위생 위반 논란 등 내부 통제와 관련된 문제들이 연이어 불거지면서 기업 가치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을 키웠다.
더본코리아의 사례는 시장이 프랜차이즈 기업을 평가하는 잣대가 완전히 바뀌었음을 보여준다. 이제 시장은 유명인의 이름값이나 브랜드 인지도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대신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 '체계적인 내부 통제 시스템', '가맹점과의 갈등 관리 능력', '글로벌 확장성'이라는 냉정하고 객관적인 잣대로 기업의 본질적 가치를 평가하기 시작했다.
이 사건은 향후 상장을 준비하는 다른 프랜차이즈 기업들에게 "상장은 성공의 끝이 아니라, 시장의 혹독한 검증이 시작되는 새로운 출발점"이라는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향후 프랜차이즈 IPO 시장에서는 'ESG 및 내부통제 보고서'가 재무제표만큼이나 기업 가치 평가에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총결론: 2025년, 새로운 표준이 세워진 해
지금까지 분석한 10대 뉴스를 관통하는 핵심은 대한민국 프랜차이즈 산업에 '뉴 노멀(New Normal)', 즉 새로운 표준이 세워졌다는 것이다.
과거의 성공 방정식이었던 '본사 중심의 일방적 확장' 모델은 완전히 저물었다. 그 자리를 '상호 대등한 협상권', '기술 기반의 무인화·자동화', 그리고 국경을 넘는 '글로벌 영토 확장'이라는 새로운 표준이 채우고 있다.
올해 본격화된 법적 규제 강화와 경제적 위기는 단기적으로는 산업계에 큰 고통을 안겼다. 하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부실하고 불투명한 본사를 시장에서 퇴출시키고, 검증된 브랜드만이 생존하는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하는 필수적인 '성장통'이다.
가맹점주는 법적 권리를 가진 동등한 사업 파트너로 거듭났고, 가맹본부는 단순 유통업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푸드테크 기업으로의 진화를 요구받고 있다.
2025년이 세운 이 '새로운 표준'은 과연 K-프랜차이즈를 진정한 글로벌 산업으로 도약시킬 것인가, 아니면 과도한 규제와 비용 압박 속에서 또 다른 생존의 굴레가 될 것인가. 다음 해의 과제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올해의 거대한 격변은, 대한민국 프랜차이즈 산업이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허브로 도약하기 위한 단단한 토대를 마련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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