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2025 대한민국 프랜차이즈 산업을 뒤흔든 10대 뉴스 제 4부

특별취재팀

yheo@fransight.kr | 2025-12-29 06:51:47

"직영점 없이 창업 유혹 못한다"… 부실 브랜드 퇴출 본격화
1+3 직영점 의무화·창업 14.7% 급감·해외 확장 4~7위 심층 분석
시장 진입 장벽 높이고, K-프랜차이즈 글로벌 영토 넓혔다

[프랜사이트 = 특별취재팀 박세현·허양 기자]
 
2025년 프랜차이즈 10대 뉴스 가운데 4~7위는 산업의 체질 개선과 새로운 활로 모색을 상징한다. 부실 브랜드 퇴출 가속화, 시장 포화의 경고음, 글로벌 확장, 그리고 수익 구조의 투명성 제고까지, 이들이 예고하는 변화를 살펴본다.

4위: 1+3 직영점 의무화, 묻지마 창업 제동

2025년 본격 시행된 '1+3' 직영점 의무화 제도는 그동안의 '묻지마 창업' 관행에 강력한 제동을 걸었다. 프랜차이즈 시장의 질서를 재편하는 '체질 개선'의 신호탄으로 평가받는다.

이 제도의 핵심은 가맹본부가 가맹사업을 시작하기 전, 스스로 사업 모델의 성공 가능성을 입증하도록 강제한 것이다. 과거에는 직영점 하나 없이도 가맹사업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3개 이상의 직영점을 1년 이상 성공적으로 운영'한 실적이 있어야만 공정위에 정보공개서를 등록하고 가맹점을 모집할 수 있게 됐다.

검증되지 않은 아이디어만으로 가맹점을 모집해 예비 창업자들에게 피해를 주던 부실 브랜드들이 시장에서 퇴출되는 효과를 냈다. 기존 점주에게도 매년 1회 매출액 산정서를 서면으로 제공하도록 의무화해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고 본사 책임을 강화했다.

제도 시행 초기인 올해 상반기, 신규 프랜차이즈 브랜드 등록 건수는 예년 대비 급감했다. 단기적으로 시장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효과가 훨씬 크다는 평가다.

최소한의 검증 절차를 통과한 브랜드만이 시장에 진입하게 되면서, 예비 창업자들은 더 안전한 환경에서 브랜드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살아남은 브랜드들의 평균적인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대한민국 프랜차이즈 산업 전체의 질적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5위: 외식업 창업 14.7% 급감, 시장 임계점 도달

올해 상반기 숙박·음식점업 창업이 전년 대비 14.7% 급감했다는 통계는 시장에 울린 가장 강력한 경고음이었다. 특히 한때 창업 시장의 상징이었던 커피전문점 창업이 20.2%나 줄고 한식 일반음식점은 15.6%나 줄어들었다는 사실은, 시장이 더 이상 새로운 플레이어를 받아들일 여력이 없는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지표다.

이러한 창업 급감은 고금리, 고물가, 고인건비라는 '3고 현상'과 소비 심리 위축이 맞물려 나타난 직접적인 결과다. 높아진 대출 금리는 창업 자금 조달을 어렵게 만들었고, 급등한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는 예비 창업자들이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을 현저히 떨어뜨렸다. 소비자들 역시 지갑을 닫으면서, 신규 창업의 성공 확률은 그 어느 때보다 낮아졌다.

신규 창업의 급감은 프랜차이즈 산업의 성장 동력이었던 '양적 팽창' 모델의 종언을 의미한다. 가맹점의 수익성 악화는 곧바로 가맹본부의 경영 위기로 전이됐고, 본사들은 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본사의 최우선 과제는 '신규 매장 수 확장'이 아닌 '기존 가맹점의 생존 관리'로 전환됐다. 이는 본사가 가맹점의 매출 증대와 비용 절감을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지원해야 함을 뜻한다. 올해의 창업 급감 사태는 대한민국 프랜차이즈 산업이 무분별한 팽창기를 끝내고, 내실을 다지는 구조적 조정기로 본격 진입했음을 선언한 사건이다.

6위: K-프랜차이즈, 글로벌 영토 확장 성공

포화 상태에 이른 국내 시장과 갈수록 강화되는 규제를 피해, K-프랜차이즈 기업들이 해외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았다. 2025년은 단순한 해외 진출 선언을 넘어, 고도의 현지화 전략을 통해 구체적인 성과를 창출한 원년으로 기록될 것이다.

올해의 해외 진출은 과거와 달랐다. K-팝과 K-드라마로 형성된 긍정적인 이미지를 기반으로, 현지 MZ세대의 문화와 소비 트렌드를 정밀하게 겨냥한 전략이 주효했다.

투박스 치킨은 미국 뉴저지에서 단순히 한국식 치킨을 파는 것을 넘어, 현지에서 프리미엄 외식 브랜드로 포지셔닝하는 데 성공했다. 올해 4월 개점과 동시에 한정 수량이 완판되는 기록을 세우며 미국 내 K-치킨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인생 비타민은 베트남 호찌민에서 K-푸드와 K-헬스케어를 결합한 독특한 콘셉트의 팝업스토어를 통해 건강에 관심이 많은 베트남 젊은 층을 성공적으로 공략했다. 슬램버거는 AI 기반 운영 솔루션 '레스트로지니'를 탑재해 표준화된 맛과 효율적인 운영을 무기로 글로벌 시장 확장을 가속화했다.

이러한 성공 사례들은 K-콘텐츠가 만들어낸 한국에 대한 호감이 K-푸드에 대한 실질적인 소비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마침내 정착되었음을 보여준다. 일부 브랜드에서는 해외 사업 수익이 국내 사업의 부진을 메우는 '수익 역전 현상'까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는 글로벌 시장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생존 전략임을 증명하며, 앞으로 더 많은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7위: 필수품목 가격 산정 방식 공개 의무화

올해부터 시행된 이 법적 조치는 그동안 '영업 비밀'이라는 베일 뒤에 가려져 있던 본사의 핵심 수익원을 정조준했다. 가맹계약서에 필수품목의 가격 산정 방식을 의무적으로 기재하도록 함으로써, 본사와 점주 간 갈등의 가장 큰 원인이었던 '차액가맹금(유통 마진)' 문제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했다.

'차액가맹금'은 본사가 소스, 파우더 등 필수 식자재를 가맹점에 독점 공급하며 붙이는 유통 마진을 의미한다. 그동안 많은 본사들이 과도한 마진을 책정해 점주들의 수익성을 악화시킨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번 법 개정으로 본사는 어떤 기준으로 필수품목의 가격을 책정하는지 구체적인 방식을 계약서에 명시해야만 한다. 이는 본사가 일방적으로 가격을 결정하고 통보하던 관행에 강력한 제동을 건 것이다.

이 조치는 가맹본부의 수익 모델에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제 본사들은 과도한 식자재 마진에 의존하는 낡은 방식에서 벗어나,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구축하고 그 대가로 정당한 로열티를 받는 선진적인 수익 모델로 전환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로열티 기반 모델은 본사가 가맹점의 매출 증대에 더 적극적으로 기여하도록 만드는 유인이 된다. 결국 이 제도는 대한민국 프랜차이즈 산업을 단순 유통업이 아닌, 브랜드 가치를 핵심 자산으로 하는 고부가가치 지식산업으로 진화시키는 중요한 기제가 될 것이다.

 
4~7위 뉴스는 프랜차이즈 산업이 양에서 질로, 내수에서 글로벌로, 불투명한 수익 구조에서 투명한 브랜드 중심 경영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음 5부에서는 8~10위 뉴스를 통해 상생 리더십과 소비 트렌드 변화를 마지막으로 분석한다.

[ⓒ 프랜사이트 (FranSight).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