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링크 심층특집 ⑤] '동반자'인가, '파괴자'인가... 한국의 선택

특별취재팀

yheo@fransight.kr | 2025-11-14 07:26:47

지금은 보완재, 내일은 위협... 스마트폰-위성 직접 연결 시대 오면 판 바뀐다
"기술 주권 확보하면 기회, 방치하면 종속"... 승패는 준비의 깊이로 결정
GPT 생성이미지

[프랜사이트 = 특별취재팀 박세현·허양 기자]

스타링크는 이제 단순한 해외 통신 브랜드가 아니다. 지상 중심의 통신 질서 위에 '우주 네트워크'라는 새로운 층을 더한 거대한 시스템 변화다. 2025년 한국 시장 진입은 이 거대한 실험이 본격적으로 한반도 상공에서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이제 관건은 한 가지다. 이 기술을 '보완재'로 흡수하느냐, 아니면 '파괴자'로 방치하느냐.

지금은 명백한 보완재... "지상망 빈틈 메우는 역할"

현시점에서 스타링크는 한국 통신 시장의 보완 인프라로 작동한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유선망과 5G 인프라를 갖춘 나라다. 그만큼 스타링크가 일반 가정용 시장을 흔들 여지는 거의 없다. 속도, 요금, 안정성 측면에서 지상망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상망이 닿지 않는 곳, 그 '틈새'를 메우는 존재로서 스타링크의 효용은 분명하다. 도서와 산간 지역의 통신 사각지대, 폭우나 산불 등 재난으로 인한 네트워크 마비, 심지어 해상과 항공처럼 전파가 층을 뚫어야 하는 산업 환경에서 스타링크는 '지속 가능한 백업 네트워크'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해운, 항공, 재난 분야에서는 이미 구체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HD현대와 팬오션 등 해운사는 원해 선박의 실시간 원격 제어에 스타링크를 도입하고 있으며, 국내 항공사들은 장거리 노선의 기내 인터넷 개선을 위해 저궤도 위성 통신을 검토 중이다. 또한 산불, 지진, 홍수 등으로 기지국이 마비될 때 스타링크는 즉시 복구 가능한 독립망으로 작동할 수 있다.

즉, 지금의 스타링크는 한국 통신 인프라의 '결함을 메우는 보완재' 역할에 충실하다. 문제는 시간이 흐르며 그 역할이 '보완'에서 '대체'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위성 직접 연결 시대... "통신사 비즈니스 모델 뒤집힌다"

스타링크의 진짜 위력은 'Direct-to-Cell(위성-스마트폰 직접 연결)' 기술에 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스마트폰은 기지국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위성과 연결된다. 즉, 하늘의 위성이 곧 이동통신 기지국이 되는 구조다.

이 변화는 통신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 있다. 지금까지 국내 통신사는 기지국과 주파수를 기반으로 한 '망 중심 사업자'였다. 하지만 Direct-to-Cell 시대에는 '망'이 아닌 '접속' 그 자체가 가치의 핵심이 된다.

스마트폰이 어느 위성과 연결되든 서비스 품질이 유지된다면, 소비자는 굳이 특정 통신사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 이때 스타링크가 글로벌 로밍 수준의 요금으로 '언제 어디서나 연결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통신 3사가 지탱해온 가입자 기반 비즈니스 모델은 균열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데이터가 국경을 넘나드는 과정에서 요금 정산, 개인정보 보호, 사이버 보안 규제 등 현행 제도가 감당하지 못하는 영역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즉, 스타링크는 단순한 외국 통신사가 아니라 국가 경계 밖에서 작동하는 '우주형 글로벌 네트워크 사업자'로 변모할 수 있다.

양날의 검 다루는 법... "협력하되 통제하라"

한국은 지금 양날의 검을 손에 쥐고 있다. 스타링크의 기술은 혁신이지만, 그 혁신이 불러올 결과는 "통제되지 않은 개방"이 될 수도 있다. 이를 피하기 위해선 두 가지 축이 병행되어야 한다.

첫째는 협력이다. 스타링크를 배제하기보다 국내 통신사들이 이를 '자사 인프라의 확장 모듈'로 통합해야 한다. 해상, 항공, 산악 지역에서는 스타링크를 백업망으로 활용하고, 재난 시엔 국내 네트워크와 상호 연동되는 프로토콜을 설계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위성과 지상망이 보완적 구조로 작동한다.

둘째는 통제다. 외국 위성 서비스에 대해선 게이트웨이 국내화와 트래픽 감사 제도가 필수다. 한국 이용자의 데이터가 반드시 국내 서버를 거치도록 법제화하고, 보안 인증을 통과하지 못한 위성 단말과 서비스는 공공망 접속을 제한해야 한다.

이는 폐쇄가 아니라 '통제된 개방', 즉 기술 주권을 유지한 채 혁신을 흡수하는 방식이다. 결국 이 두 축이 조화를 이룰 때, 스타링크는 '파괴자'가 아닌 '혁신 파트너'로 기능할 수 있다.

위기가 곧 기회...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스타링크의 등장은 동시에 한국 위성과 통신 장비 산업의 '기술 내재화'와 '수출 전환'을 촉진할 수 있다. 지금까지 국내 산업은 정지궤도 위성이나 지상망 중심으로 기술을 발전시켜 왔다. 하지만 저궤도 위성 기술은 이제 새로운 기회의 장이 되고 있다.

한국은 이미 RF 반도체, 위상 배열 안테나, 모뎀, 빔포밍 알고리즘 등 핵심 부품 분야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 이를 활용해 K-NTN(한국형 비지상망) 산업을 조기에 육성한다면, 한국은 위성 통신 장비 수출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정부는 'K-LEO 얼라이언스'를 구축해 통신사, 방산업체, 전자기업이 공동으로 저궤도 위성 단말, 지상국 장비, 안테나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공공 조달사업을 통해 내수 시장을 먼저 확보하고, 동남아, 중동, 남미 등 통신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으로 '한국형 위성 인터넷' 수출 생태계를 확장할 수 있다.

스타링크의 진출은 역설적으로 한국이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절호의 계기다. 이를 놓친다면 우리는 단순한 '위성망 사용자'로 남겠지만, 기술 주권과 표준화를 선도한다면 스타링크를 넘어서는 새로운 산업 지형이 만들어질 것이다.

승패는 준비의 깊이로 결정된다

스타링크는 지금 보완재다. 우리의 네트워크가 닿지 못하는 곳을 연결하고, 재난과 위기 속에서 통신의 생명줄이 되어준다. 그러나 내일의 스타링크는 파괴자가 될 수도 있다. Direct-to-Cell 시대가 열리면 '망 중심'이라는 통신 산업의 근간이 뒤집히고, 국가의 데이터 주권이 흔들릴 수 있다.

결국 승패는 기술이 아니라 준비의 깊이에서 갈린다. 게이트웨이 국내화, 보안 표준 강화, 위성-지상 연동체계 구축, 그리고 6G NTN 산업의 자립화. 이 네 가지가 제대로 준비된다면 스타링크는 한국 통신의 동반자이자 혁신 촉매가 될 것이다.

하지만 준비가 미흡하다면 우리는 외국 위성망에 종속된 '하늘 아래 사용자'로 전락할 것이다.

우주에서 쏟아지는 데이터의 시대, 한국이 선택해야 할 길은 명확하다. "기술을 두려워하지 말고, 통제 가능한 혁신으로 다스려라." 보완재와 파괴자의 경계선은 기술이 아니라 우리의 전략적 준비와 통찰의 깊이로 결정된다.

[ⓒ 프랜사이트 (FranSight).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