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링크 심층특집 ②] 승인 4개월 뒤 영향 분석... "먼저 열고 나중에 점검"

특별취재팀

yheo@fransight.kr | 2025-11-11 07:17:40

한국 이용자 데이터, 일본 게이트웨이 거친다... 데이터 주권 논란 점화
"6G 경쟁력" vs "절차 부실"... 3년 끌다 급하게 승인한 이유는
스타링트 홈페이지

[프랜사이트 = 특별취재팀 박세현·허양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 5월 스타링크의 한국 서비스를 승인했다. 일론 머스크의 위성 인터넷이 드디어 한국에 상륙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환영 일색이 아니다. 승인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과 데이터 주권을 둘러싼 논란이 여전히 뜨겁다.

3년 미루다 급하게 승인... 영향 분석은 그 다음

스타링크의 한국 진출은 계속 미뤄져 왔다. 2022년 10월, 2023년 1월, 2023년 2분기, 2023년 4분기... 서비스 개시 예정일이 몇 번이나 연기됐다. 기간통신사업자 등록 지연과 기술 기준 마련이 오래 걸렸기 때문이다.

스페이스X는 2023년 5월 과기정통부에 기간통신사업자 등록을 신청했지만, 전파 혼신 방지 기준 등을 만드는 데 시간이 걸려 2024년까지 허가가 나지 않았다. 그러다 올해 들어 갑자기 '국경 간 공급 협정'이 승인되면서 법적으로 서비스 자격을 얻게 됐다.

문제는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정부가 스타링크를 승인한 지 4개월이 지나서야 '시장 파급효과 분석' 연구용역을 발주한 것이다. 보통은 영향 분석을 먼저 하고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게 정상이다. "문을 먼저 열고 나중에 문턱을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과기정통부는 "6G 비지상망 시대를 대비한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시급했다"고 해명했지만, 절차가 부실했다는 지적은 계속되고 있다.

한국 이용자 데이터, 일본을 거쳐 간다

더 큰 문제는 '게이트웨이' 논란이다. 스타링크 위성은 데이터를 지상 게이트웨이로 내려보내야 인터넷망과 연결된다. 그런데 현재 한국에는 스타링크 게이트웨이가 없다. 한국 서비스는 일본 요코하마와 사가현에 있는 게이트웨이를 경유할 가능성이 크다.

이건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다. 한국 이용자의 인터넷 트래픽이 모두 일본 게이트웨이를 거친다면, 데이터가 외국 영토의 서버와 라우팅 시스템을 통과한다는 뜻이다. 바로 '데이터 주권' 문제다.

데이터 주권이란 한 나라의 정보는 그 나라 법률 아래에서만 처리되고 저장되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이미 클라우드 산업에서 AWS, MS, 구글에 국내 리전 구축을 요구해왔다. 그런데 스타링크는 구조상 국경을 넘는 네트워크다.

더구나 스타링크의 '위성 간 레이저 통신' 기능은 데이터가 우주에서 직접 전달될 수 있어, 어느 나라 관할을 받는지 명확히 판단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이를 '비지상망 시대의 데이터 블라인드 스폿'이라고 부른다.

만약 재난망이나 군 통신망, 공공기관 연결망이 스타링크를 통해 연결된다면 국가 안보와 기밀 유지에 심각한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과기정통부는 "필요시 국내 게이트웨이 구축을 추진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일정이나 의무화 방안은 내놓지 않았다.

우주에서 오는 신호, 어느 나라 법이 적용되나

한국 통신망은 철저히 국내 기간통신사업자 중심으로 관리돼 왔다. 모든 주파수는 국가가 할당하고, 모든 통신사는 국내법 적용을 받는다. 하지만 스타링크는 외국 사업자가 우주에서 직접 한국 시장에 서비스하는 모델이다. 전례가 거의 없는 '국경 없는 통신 서비스'다.

문제는 현행 법제도가 이를 완전히 포괄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현재 전기통신사업법 제22조는 외국 사업자의 국내 서비스에 대해 '국경 간 공급 협정'을 맺고 장관 승인을 받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이 법은 정지궤도 위성 시대를 전제로 만들어졌다.

저궤도 위성 수천 기가 동시에 데이터를 주고받는 '우주 인터넷' 환경은 상정되지 않았다. 전파 혼신 방지, 이용자 보호, 보안 감사, 요금 규제 등 세부 항목은 대부분 '사후 관리'로 남아 있다.

특히 위성 간 레이저 통신은 우주 상공에서 데이터가 우회될 수 있어, 국내 전파법상 '전파 사용 구역' 개념 자체가 흔들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6G 위해 필요하다" vs "절차가 부실하다"

정부는 스타링크 승인 배경을 "6G 비지상망 기술 실증과 산업 경쟁력 확보"라고 설명한다. 한국은 세계 최초 5G 상용화 국가로서 6G에서도 위성-지상 통합망을 주요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스타링크의 상용 데이터를 통해 국내 기업의 기술 검증과 정책 수립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국내 통신 3사는 복잡한 입장이다. "스타링크가 협력 파트너가 될 수 있다"면서도 "정부가 외국 사업자에게는 문을 열면서 국내 기업에는 과도한 규제를 적용한다"는 불만을 내비친다. 특히 위성 서비스의 가격, 보안, 품질 기준이 국내 통신사와 동일하게 관리될 수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

결국 문제의 본질은 기술 자체보다 정책의 속도와 투명성이다. 혁신이 빠를수록 제도는 더욱 견고해야 한다. 국가가 "기술 선점"을 이유로 감시·감독 장치를 뒤로 미루면, 그 사이의 정보 비대칭이 곧 산업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해법은? 게이트웨이 국내화와 명확한 규칙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현실적인 해법은 세 가지다.

첫째, 게이트웨이를 국내에 만들어야 한다. 국내 지상국을 설치하고 데이터가 한국 내 서버를 반드시 거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이는 데이터 주권을 보호하고, 긴급 상황 시 정부가 직접 트래픽을 통제할 수 있게 한다.

둘째, 전파 공존 및 기술기준 정비다. 저궤도 위성과 지상 5G망이 같은 대역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어 혼신 우려가 있다. 이에 대한 운용 기준과 기술적 상호보완 연구가 병행돼야 한다.

셋째, 투명한 이용자 보호 프레임이다. 국내 가입자들이 해외 사업자의 위성 서비스를 이용할 때 서비스 장애, 개인정보 유출, 요금 분쟁에 대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야 한다.

우주에서 온 데이터, 누가 관리하나

스타링크의 한국 진출은 단순한 시장 개방이 아니라 '국경 없는 통신 시대'의 규제 실험이다. 우리는 그 첫 실험대에 섰다.

정부는 기술 진보의 문을 열었지만, 그 문턱 아래에는 여전히 '데이터 주권'이라는 복잡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스타링크의 진입을 막는 장벽이 아니라, 이를 투명하고 안전하게 통제할 수 있는 제도적 프레임워크다.

'선승인·후분석'의 논란은 결국 한 가지 질문으로 귀결된다. "우리가 우주에서 흘러드는 데이터를 얼마나 우리의 법과 기준 아래서 관리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한국 통신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촘촘한 네트워크를 가진 나라다. 이제 그 네트워크의 끝이 하늘로 확장되는 순간, 통신 주권의 새로운 정의가 다시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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