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지난 데이터로 창업결정을 하라고요?
허양 기자
yheo@fransight.kr | 2025-10-21 15:10:31
투명성만큼 중요한 정확성
[프랜사이트 = 허양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프랜차이즈 산업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시작한 여정이 어느덧 10년을 넘어섰다. 2014년부터 매년 실시해 온 가맹분야 실태조사는 프랜차이즈 업계의 불공정 거래관행을 감시하고, 법과 제도의 실효성을 점검하는 공정위의 핵심 정책 도구다. 당시만 해도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사이의 정보 격차는 심각했다. 예비 창업자들은 본부가 제공하는 정보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막상 창업하고 나면 예상과 다른 현실에 좌절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공정위는 이러한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9년부터 시행한 정보공개서 의무 등록을 시행하였다. 여기에 추가하여 2014년부터는 200여 개 가맹본부와 수천 개 가맹점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실태조사를 시작했다. 조사는 거래관행의 개선 정도, 법·제도 운영 실태, 가맹점주들의 애로사항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필수품목 지정을 통한 과다한 차액가맹금 수취, 광고·판촉 행사 시 가맹점주 의견 무시, 영업지역 내 무분별한 직영점 설치 등 고질적인 불공정 행위들을 집중 점검했다.
데이터 플랫폼 시대를 열다
정보공개서 등록의무제로 축적해온 데이터와 실태조사가 문제를 진단하는 도구였다면, 2024년 본격화된 '프랜차이즈 사업정보 융복합 데이터 플랫폼'은 예방을 위한 혁신이었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의 핵심 과제인 '데이터 댐' 구축 비전 아래, 프랜차이즈 데이터를 국가중점데이터로 선정하고 대대적인 개방에 나섰다. 가맹점 정보, 창업비용, 평균 매출액 등 총 71종에 달하는 상세 데이터를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개한 것이다.
이 플랫폼의 핵심은 두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첫째는 공정위의 '페어데이터 포털'이다. 이곳에서는 정보공개서를 기반으로 한 공식 원천 데이터를 오픈 API 형태로 제공한다. 모든 분석의 '진실의 원천'이 되는 셈이다. 둘째는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가 운영하는 'K-프랜차이즈' 종합지원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공정위의 데이터를 받아 사용자 친화적인 형태로 가공해 제공한다. 최대 5개 브랜드의 매장 수, 월평균 매출액, 창업비용 등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고, 예비 창업자가 자신의 조건을 입력하면 맞춤형 창업 분석보고서를 자동으로 생성해주기도 한다.
공모전으로 혁신의 씨앗을 뿌리다
공정위는 데이터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2024년 4월 '제1회 공정거래 데이터 활용 공모전'을 개최했다. "프랜차이즈 융복합 데이터로 공정거래 혁신을 만든다"는 주제 아래, 아이디어 기획과 AI 모델 개발 두 부문으로 나눠 진행됐다. 총 53개 팀이 참가한 이 공모전에서는 두 개의 주목할 만한 수상작이 나왔다.
아이디어 기획 부문 대상을 받은 '정·진·구팀'은 복잡한 데이터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브랜드 건전도 지수'와 자연어로 질문하면 정확한 답변을 제공하는 'AI 챗봇 질의응답 서비스'를 제안했다. AI 모델 개발 부문 대상을 받은 'RAG결사대팀'은 검색 증강 생성(RAG) 아키텍처를 활용해 공식 정보공개서에 기반한 정확한 답변을 생성하는 고성능 질의응답 모델을 개발했다. 이 두 수상작은 각각 서비스의 콘셉트와 그것을 구현할 기술을 제시함으로써, 완성된 제품의 청사진을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대되는 효과들
이러한 노력들이 가져올 변화는 명확하다. 예비 창업자들은 이제 공신력 있는 데이터를 무료로 활용해 사전 검증을 할 수 있게 됐다. 과거 전문가의 영역이었던 비즈니스 인텔리전스가 대중화되면서, 정보 부족으로 인한 창업 리스크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우수한 성과를 거둔 가맹본부들은 플랫폼을 통해 자신들의 강점을 효과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반면 불투명하게 운영해 온 브랜드들은 시장의 엄격한 감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또한 스타트업과 기술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사업 기회가 열렸다. 개방된 데이터를 활용해 투자자를 위한 고급 분석 플랫폼, 금융기관을 위한 리스크 평가 도구, 가맹본부를 위한 마케팅 인텔리전스 서비스 등 다양한 부가가치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정부는 기초 데이터 제공의 부담을 짐으로써, 민간이 더 낮은 비용과 리스크로 혁신적인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여전히 아쉬운 부분들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데이터의 시차다. 2025년 10월 현재, 플랫폼에서 제공되는 데이터는 2024년도 결산 자료이고 그 중에는 2023년의 것도 있다. 민간 컨설팅업체인 맥세스컨설팅이 발표한 '2025 프랜차이즈 산업통계 현황' 보고서도 "공정거래위원회 정보공개서 데이터는 현행 여건상 현시점과 1년여의 시간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2024년 12월에 완료된 '2023년치 최종 데이터'를 기준으로 분석했다고 밝혔다.
2년 가까운 시차는 빠르게 변하는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치명적일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급변한 외식 트렌드, 배달 시장의 확대, 인건비와 임대료 상승 등 시장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2년 전 데이터로는 현재의 창업 환경을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다. 예비 창업자가 2023년 매출액 데이터를 보고 2025년에 창업을 결정한다면, 그 사이 시장 상황이 크게 달라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시차가 발생하는 이유는 정보공개서 심사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2024년 보도에 따르면 정보공개서 심사 기간이 평균 55.4일에서 86.8일로 늘어났다는 지적도 있었다. 가맹본부 수가 늘어나면서 심사 업무가 증가한 데다, 허위·과장 정보를 걸러내기 위한 검증 과정이 강화되면서 처리 시간이 길어진 것이다.
숙제는 남았지만 방향은 옳다
물론 정확성을 희생하면서까지 속도를 높일 수는 없다. 부실한 검증으로 인해 잘못된 정보가 공개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예비 창업자들에게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2년 시차를 1년, 나아가 6개월 이내로 단축할 수 있는 방안은 분명히 모색해야 한다. 심사 인력의 확충, 심사 프로세스의 디지털화와 자동화, AI를 활용한 이상 데이터 검출 시스템 도입 등 다양한 해법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다.
공정위가 정보공개서 공시제도 도입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은 고무적이다. 가맹본부가 정보공개서를 등록하는 즉시 공개하되, 사후 검증을 강화하는 방식을 택한다면 데이터 제공 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 물론 이 경우 잘못된 정보가 일시적으로 공개될 위험이 있지만, 명확한 경고 문구와 함께 '미검증 데이터'임을 표시한다면 충분히 관리 가능한 리스크다.
2014년부터 시작된 공정위의 프랜차이즈 투명성 제고 노력은 분명 옳은 방향이다. 실태조사로 문제를 진단하고, 데이터 플랫폼으로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며, 공모전으로 민간의 혁신을 촉진하는 이 3단계 전략은 다른 산업 분야에도 적용할 만한 모범 사례다. 다만 데이터의 시의성이라는 마지막 퍼즐 조각을 맞춰야 이 생태계가 진정으로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2025년을 살아가는 예비 창업자들이 2023년 데이터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현실, 이것이 공정위가 다음 10년을 위해 풀어야 할 가장 시급한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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