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스마트팜] ④ 스마트팜 프랜차이즈, 법과 제도가 만든 새로운 기회
특별취재팀
yheo@fransight.kr | 2025-10-23 12:12:35
표준화·데이터 플랫폼·정책 지원이 만드는 새로운 사업 구조
[프랜사이트 = 특별취재팀 박세현·허양 기자]
스마트팜이 더 이상 개별 농가의 실험적 시도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산업 정책으로 자리 잡았다. 2024년 7월 26일, '스마트농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스마트농업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스마트팜 산업은 명확한 법적 토대 위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는 단순히 법 하나가 추가된 것이 아니다. 프랜차이즈 본사와 예비 창업자에게 이 변화는 사업 설계의 분기점이자, 스마트팜을 표준화된 비즈니스 모델로 확장할 수 있는 결정적 기회를 의미한다.
법률이 만든 산업화의 토대
스마트농업법은 농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을 통해 농업의 자동화·정밀화·무인화를 촉진하고, 농업인의 소득 향상과 농업·농촌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법은 2023년 7월 공포된 후 1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시행됐으며, 기본계획 수립, 실태조사, 전문인력 양성, 데이터 플랫폼 구축, 기자재 표준화 등을 핵심 내용으로 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25년 발표한 '제1차 스마트농업 육성 기본계획'은 이 법의 구체적인 실행 로드맵이다. 이 계획은 2027년까지 스마트농업 보급률을 농업 생산의 30%까지 끌어올린다는 야심찬 목표를 제시했다. 단순한 숫자 목표가 아니다. 이는 스마트팜이 틈새 기술에서 주류 산업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프랜차이즈 관점에서 이 변화는 무엇보다 '제도적 리스크의 감소'를 뜻한다. 지금까지 스마트팜은 명확한 법적 정의나 지원 체계 없이 각 부처와 지자체가 산발적으로 추진해왔다. 이제는 법률에 근거한 체계적인 지원이 가능해졌고, 프랜차이즈 본사가 사업 모델을 설계할 때 정책 혜택을 예측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표준화와 데이터 플랫폼, 프랜차이즈의 핵심 인프라
스마트농업법이 프랜차이즈 모델에 특히 중요한 이유는 '표준화'와 '데이터 플랫폼'을 명시적으로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의 본질은 표준화된 시스템의 복제와 확산이다. 본사가 개발한 운영 매뉴얼과 품질 기준이 모든 가맹점에서 일관되게 작동해야 브랜드 가치가 유지된다.
그런데 기존 스마트팜 시장은 표준화와 거리가 멀었다. 제조사마다 독자적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사용했고, 농가마다 다른 시스템을 운영했다. 데이터 형식도 제각각이어서 통합 관리가 불가능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 농가들의 생산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품질을 통합 관리하며, 최적의 재배 노하우를 공유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스마트농업법은 기자재 표준화와 데이터 플랫폼 구축을 국가 과제로 설정했다. 정부는 센서·제어기·소프트웨어의 호환성을 높이기 위한 표준을 개발하고, 농가 데이터를 통합 수집·분석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이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본사 주도형 데이터 농장' 구조를 설계할 수 있는 기술적 토대가 된다. 본사는 표준화된 시스템을 가맹점에 보급하고,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을 통해 모든 가맹 농가의 생육 환경, 생산량, 품질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나아가 축적된 빅데이터를 AI로 분석해 가맹점별 맞춤형 재배 가이드를 제공하고, 신규 가맹점이 초보자라도 숙련 농가 수준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현실화된다.
정책 지원이 낮추는 초기 투자 장벽
스마트팜의 가장 큰 진입 장벽은 높은 초기 투자 비용이다. 첨단 센서, 자동화 장비, 환경 제어 시스템을 갖추려면 수억 원이 필요하다. 이는 예비 창업자나 소규모 가맹점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이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 정책은 이 장벽을 낮추는 강력한 지렛대가 될 수 있다.
2024년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스마트팜 ICT 융복합 확산 사업'은 약 649억 원 규모로, 시설 비용의 50~60%를 보조금으로 지원한다. 청년 창업자와 소규모 농가를 대상으로는 연 1.0~1.5%의 초저금리 융자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또한 농촌진흥청은 2024년부터 2026년까지 440억 원을 투입해 '노지 스마트농업 시범지구'를 조성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이러한 정책 지원을 전략적으로 활용한다면, 가맹점 창업 비용 구조를 크게 개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본사가 정부 지원 사업 신청을 대행하거나 컨설팅해주고, 자부담 비율을 최소화하는 금융 패키지를 설계하는 방식이다. 이는 가맹점 모집의 핵심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여전히 남은 과제들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스마트농업법 시행을 환영하면서도 몇 가지 우려를 제기한다. 첫째, 제도적 연속성이다. 기존에 추진되던 스마트팜 혁신밸리 같은 사업들이 새로운 법률 체계 안으로 어떻게 통합될지 명확하지 않다. 둘째, 농지법·가맹사업법 등 다른 법률과의 정합성 문제다. 스마트팜을 운영하려면 농지 규제를 준수해야 하고, 프랜차이즈로 확장하려면 가맹사업법을 따라야 하는데, 이 법들 간의 충돌 가능성이 있다.
또한 지원 사업의 까다로운 요건도 진입 장벽이 될 수 있다. 보조금을 받으려면 농업경영체 등록, 일정 수준 이상의 자동화 시설 구비, 데이터 제출 동의 등 여러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는 예비 창업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고, 프랜차이즈 본사는 이러한 행정적 절차를 가맹점을 대신해 처리해줄 수 있는 지원 체계를 갖춰야 한다.
프랜차이즈 본사를 위한 실전 체크리스트
스마트팜 프랜차이즈를 준비하는 본사라면 다음 사항들을 점검해야 한다.
첫째, 법률과 정책의 세부 내용을 숙지하라. 스마트농업법과 시행령, 기본계획의 목표 연도와 지표를 사업 계획 초기부터 반영해야 한다.
둘째, 정책 지원 사업 활용 계획을 구체화하라. 어떤 지원 사업이 있고, 요건은 무엇이며, 가맹점이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어떻게 도울 것인지 명확한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한다.
셋째, 데이터와 플랫폼 역량을 확보하라. 표준화된 시스템 구축, 데이터 수집·분석·활용 체계는 스마트팜 프랜차이즈 성패의 핵심이다. 본사는 기술 지원과 플랫폼 관리를 책임질 수 있는 내부 역량이 필요하다.
넷째, 규제 요건을 철저히 검토하라. 농지 전용, 시설 기준, 경영체 등록 등 제도적 요건을 사업 설계 단계부터 고려해야 한다.
다섯째, 단계적 실행 전략을 세우라. 제도가 마련됐다고 해서 현장에서 바로 완벽하게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초기에는 직영 농장이나 파일럿 프로젝트로 시작해 검증한 후 가맹 모델로 확장하는 것이 현명하다.
중장기 관점의 준비가 필요한 시점
스마트팜 산업은 이제 기술 가능성의 단계를 넘어 법률과 정책 기반 위에서 본격적인 산업화 단계로 진입했다. 프랜차이즈 본사와 예비 창업자에게 이는 분명한 기회다. 하지만 제도가 마련됐다고 해서 단기간에 모든 것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현장 적용, 데이터 플랫폼 통합, 가맹 농가의 역량 확보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단기적인 과도한 기대보다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차근차근 준비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 향후 스마트농업 보급률이 30%를 넘어서고, 농업·유통·서비스가 결합된 플랫폼형 스마트팜 모델이 본격 등장할 때, 기술·데이터·운영 지원 체계를 갖춘 프랜차이즈 본사가 시장을 선도하게 될 것이다. 지금은 그 미래를 준비하는 결정적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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